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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른 감탄 운영자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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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른 감탄

 

사람들은 꽃을 보면 예쁘다고 합니다. 피어나는 모양을 보면서 예쁘다’, ‘색깔이 아름답다’, ‘향기가 좋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예쁜 것도 알고, 향기나는 것도 알겠는데, 말로 감탄할만큼의 진한 감정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표현하는 것도 제겐 어색합니다.

사택에 화초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 집사람이 여보! 이리 좀 와봐요. 여기 화초에 꽃대 올라오는거 봐 너무 신기하지?” 그러면 제 대답은 , 그러네!” 그게 전부입니다. 최근 아침 식사할 때 멀리 도로변과 게이트볼장 뒤에 나란히 서서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어머! 저 벚꽃좀 봐. 하루하루가 너무 다르네. 너무 예쁘다아~?” 제 반응은 응 그러네”. 교회 마당과 내부 화초에 물주는 것은 제 담당입니다. 집사람이 시켜서 챙기긴 하지만, 그 화초들에서 꽃대 올라오고 꽃이 피는데도 물 주기만 하는 무심한 편입니다. 집사람은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었는데도 별 감흥 없이 지나치는 저에게 "아니, 어떻게 날마다 마당을 왔다갔다 하면서 저 신비한걸 모를 수 있지? 거참 신기하네!" 웃으며 놀립니다.

솔직히 변화는 알겠는데, 마음까지 움직이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는 산이나 들을 보며 감탄을 합니다. 꽃 피는 봄, 초록이 짙어지는 여름, 붉게 물드는 가을, 눈 덮인 겨울! 그런 걸 보며 예쁘다고, 감탄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저는 그냥 그렇네동감정도입니다. 경치가 바뀌는 건 보는데, 제 안에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감탄까지는 이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감각한 사람은 아닌 듯 합니다. 왜냐하면 제 때 물을 주어 화초가 살아 있고, 잘 자라주는 것 보면 뿌듯함은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감탄하는 그걸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표현의 결이 좀 다른 것이 아닐까요?

지난 번 김정희 집사님이 화초를 많이 가져와 집사람이 교회 화분 여기저기에 심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보며 감탄하기까지는 아니라도,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감각이 무딘 제가, 꽃이 피고 꽃대가 올라오는 순간들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신비스러움을 언젠가는 저도 더 감정 짙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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