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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은 강아지를 돌려보내며... 운영자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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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jeholy.onmam.com/bbs/bbsView/94/6366836

  

평소에 강아지를 유달리 좋아하던 집사람과 아이들입니다. 강아지 키우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제가 극구 반대해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최근 어떤 계기로 강아지 키우는 것을 허락했더니 정확하게 때를 맞춘 듯 현휘 직장 동료를 통해 강아지 입양희망자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수가?’ 하나님께서 응답하심인가?

그렇게 해서 입으로 노래하던 강아지 비숑을 입양해 왔습니다. 너무 잘 먹여 살이 조금 찌기는 했지만 예뻤습니다. 하얀털에 감추어진 동그란 눈, 눈보다 커보이는 까만 코, 말려 올라간 꼬리...짧은 다리에 긴 허리 완전히 인형입니다. 입양한 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산책할 때는 사교성이 얼마나 좋은지 지나가는 사람 다 아는척(?)합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그 날 밤 난리가 났습니다. 이 강아지가 환경이 바뀌면서 분리불안증이 심하게 생긴 것입니다. 밤에 하울링 하며(나중에 아랫 층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울링 소리가 매우 슬프게 들렸다고 합니다) 짖기도 하고. 새벽기도회 갔다 와 보니 원래 배변을 잘 가리던 녀석이라는데 여기저기 똥 오줌을 싸대고. 옷가지를 물어다가 여기저기 놓고. 한 마디로 거실은 초토화였습니다.

동긍동글하고 하얀털의 이미지로 얌전하기만 할 것이라는 환상은 깨졌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얼마나 넘치는지요. ‘비숑타임’(?)만 되면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휘젓고 다니는 에너지....아이들이 있을 때는 괜찮지만 우리 부부만 있을 때 저 엄청난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제가 밤잠이 요즘 예민한편인데 이 강아지는 조그만 인기척에도 거실로 뛰어나가며 크게 짖어댑니다. 미리 아파트 입구에 양해를 구하는 쪽지를 붙여 놓기는 했지만 이웃에게 피해줄까 염려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녀석이 주는 기쁨도 많았습니다. 말은 얼마나 잘 알아 듣는지 똑똑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거실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애교 부리는 모습에 난장판이 되어도 너무 귀엽습니다. 며칠 지나니 배변도 정상이고.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미용과 사료 등 양육비는 얘들 둘이 감당하기로 하였으니 걱정도 없고.

그러나 넘치는 에너지와 한 밤중, 새벽에 갑자기 크게 짖는 소리가 제일 숙제였습니다. 고민끝에 견주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입양해 올 때 힘들면 다시 보내세요라고 했다는 말도 있었고. 다행히 부드럽게 다시 받아 키우겠다는 대답을 듣고 나니 안심되었습니다. 보내기로 결정 후 저와 강아지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제 옆에 누워있는 모습보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녀석이 너무 안됐습니다. 시간이 자날수록 너무 예쁜짓만 골라합니다. 한 주간 더 데리고 있으면 고생되더라고 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넘치는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일과 산책 등 그만큼 시간과 힘을 쏟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집사람과 애들에게 미안합니다. 현휘가 강아지와 손 잡는 꿈울 꾸었다며 눈물 흘렸다는 말 집사람에게서 들으니 너무 아픕니다. 근홍이도 최근 그렇게 밝은 얼굴을 본적이 없는데...정 더 들고 더 아프기 전에 빨리 보내야 할 것 같아 원래 주인에게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게 서로를 위해 좋은 듯 했습니다. 당분간 이 녀석의 예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릴 것 같습니다. 잠깐이었지만 꼬미(비숑 이름)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견주에게 돌아가서 다시는 입양되지 않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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