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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하기엔 아까운 피아노 운영자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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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jeholy.onmam.com/bbs/bbsView/94/6362740

 

어느 날 출근길에 아파트 쓰레기장에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나와 있는 피아노 한 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가 사용하다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며 ! 이 물건 괜찮은데...멀쩡한걸 왜 버렸지?.....’ 건반을 두드려 보니 터치감 좋고 소리도 맑았습니다. 그 옆에는 스티커를 붙인 6인용 좌탁테이블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장식장 주워다가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데, 또 한 번 득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인가? 피아노와 테이블 여기저기 살피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 다가와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저 테이블은 내가 주워다 쓸 터인데 애들이 나가서...” 교회 출근하다 말고 집사람에게 내려와 한 번 보라고 연락했습니다. 보고 나서 쓸만하다고 합니다. (제가 어깨가 좋지 않아) 둘이서 맞들고 들어갔습니다. 들고 가면서 서로 마주보는데 왜 그렇게 쑥스러운 웃음이 나던지요. 테이블 다리가 조금 흔들리지만 경첩을 달면 튼튼하게 잘 사용할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왔다 갔다 하며 계속 피아노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만 있었으면 힘을 합쳐서 들여다 놓고도 싶었습니다. 한양쉐르빌 아파트에 살 때 방이 비좁아 어쩔 수 없이 집사람 피아노를 친구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교회 성도님들에게 필요한 분 가져가시라 광고해 볼까?’ ‘당근마켓에 올려서 누군가 가져가도록 하면 어떨까?‘ ’악기사에 연락하면 와서 가져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까운 물건이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지나가는 길에 건반을 두드려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날 피아노 뚜껑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집사람이 교회 가면서 뚜껑을 닫아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만큼 집사람도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지난 목요일 비눈이 오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피아노를 덮어 버립니다. ’에구, 이젠 고민도 끝나버렸네!‘ 예전에도 스티커 부착된 피아노가 있었는데 사정없이 굴착기로 부수어 가지고 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도 그런대로 괜찮았던 물건인데.

 

  그런데 어느 날!

  그 피아노가 없어진 것 아닙니까? 누군가가 가져간 것 같습니다. 집사람과 저는 얼머나 기뻐했는지요? 동시에 누군지 모르지만 가져간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

 

소비 후에는 버리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폐기물을 버리는 것들에 대한 조금 더 넓고 깊은 생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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