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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대성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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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jeholy.onmam.com/bbs/bbsView/87/5053668

박 현 주

10년 전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왼쪽팔과 다리가 마비가 오셨다.

남편으로 인한 오랜 병원생활과 남편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나의 엄마, 퇴직하셔서 즐겁게 사셔야 할 시기에 남편 병수발이 시작되었다.

결국 폐암초기로 수술을 하셔야했다. 고통스런 항암치료, 주사를 맞고서 회복되는데 한 달이 걸린다.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를 챙겨야 했던 나의 엄마, 정말 죄송하고 죄송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늘 긍정적인 엄마에게 1년 만에 골반 뼈에 전이가 되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또 일어났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방사선치료를 하시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몸이 불편한 남편에 아픈 자긴 몸까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 또한 늘 부모님 생각에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

30대 초에 부모님이 아프시면서 눈물로 지샌 날이 너무도 많다. 덕분에 40일 금식 새벽기도도 시작하게 되었으며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엄마는 하나님이 자녀들의 믿음을 굳건히 세우시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우리에게 닥친 시련은 너무도 컸다. 나도 어린아이들 키우기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내 부모님 두분다 아프니....내가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다....

엄마도 안정을 찾을 무렵 남편이 해외발령이 나서 우린 3년 동안 외국생활을 해야했다. 엄마는 나에게 “그동안 우리 딸 수고 많아서 하나님이 너에게 쉼의 시간을 주신거야 ..우리 딸 고맙다 잘 쉬다오렴.....”하셨다. 외국에 있으면서도 엄마에게 너무 큰 짐들을 두고 와서 늘 아무 일 없게 해 달라 기도하며 지냈고 엄마가 내가 없는 동안 아플까봐 늘 걱정하며 지냈다.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골반 뼈에 또 전이가 되셨다. 외국에서 짐이 오지도 않은 채 엄마를 특수 방사선을 하게 해야 했다...내가 와서 다행 이였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야하나...새벽예배를 참석하며 목 놓아 울었었다...방사선 이후 잘 맞는 먹는 항암제를 드시며 잘 지내셨다..

그 후 2년 먹고 있던 항암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게 되었고 의사가 지겨 보자 지켜보자 하다가 엄마의 골반 뼈는 더욱 악화가 되었고, 스스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며 준비를 시작하셨다. 본인의 입지 않는 좋은 옷들과 악세사리들을 선물로 주시고....이별 준비를 시작하셨다. 슬프지만 담담히 받아들이며....결국 서울 아산병원에서 강원대 병원으로 옮기고 ....결국 아픔을 견딜 수 없어 입원하고,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진통제가 다량 들어가면서 아픔을 잊게 되고 식욕도 느끼게 되어 잘 드시기 시작했다. 몰핀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결국 춘천호스피스를 방문하게 되었고 춘천호스피스로 엄마를 모시고 왔다.

엄마는 호스피스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오셨다. 평화롭고 예배도 드리고 산책하기도 좋아서 엄마는 만족하셨다. 아빠의 짐을 벗어나서 더 편했을 것이다.

엄마는 쉬러오셨다고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1인실로 가시는 분에게 1인실에 가서 편해 좋겠다고 하셨다....엄마는 호스피스로 오셔서 잘 드시고 산책도 잘하셔서 맘이 편하셔서인지 한 달도 안 되어 10kg나 살이 찌셨다...살아야겠다는 소망이 생기셔서 운동도 열심히 하셨다...

답답한 병원생활을 벗어나게 하기위해 난 1주일에 하루는 엄마를 예쁘게 꾸미게 하고 외출해서 맛난 음식과 예쁜 카페로 엄마를 위로했다. 그래야 나도 버티고 엄마도 버틸 수 있을듯했다. 남은시간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해드리려고 노력했다.

엄마도 여한이 없다.. 고맙다 하셨다. 너무도 젊고 예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엄마인데 ...사랑을 너무도 많이 베풀면서 살았던 나의 엄마인데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나의 엄마인데... 나의 엄마가 떠나야 하는 시간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날들이 성큼성큼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1인실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안정제와 다량의 몰핀 투여로 안정된 12시간 후 엄마는 마지막 호흡을 멈추었다.

간호사님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셨다...엄마 정말 수고 많았어, 많은 짐을 혼자 짊어지게 해서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아빠 내가 잘 돌볼게~~

춘천호스피스에서의 3개월 동안 너무도 잘 드시고 잘 지내셔서 얼마나 다행인가. 간호사님들이 마지막 까지 함께 해주셔서 너무도 든든하고 감사했다.

엄마는 아프지만 사람들이 엄마에게 슬픈 눈으로 보는게 싫다고 하셨다. 즐거운게 좋다고... 그래서 엄마는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에...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화창한 가을날에 말기암환자라고는 할 수 없는 여전히 예쁜 모습으로 하나님 나라로 가셨다.

볼 수는 없지만 안아퍼서 참 다행이다.


  위 글은 춘천호스피스의 "아름다운 동행" 에서 발췌하여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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