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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오늘 설교 죽 쑤었지요? 임채영 목사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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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jeholy.onmam.com/bbs/bbsView/87/318646

 

노 집사님!

제가 미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 벌써 9년이군요.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집사님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가를 세월이 갈수록 더 가슴 깊이 느낍니다.

 

 

기억나세요? 처음 집사님과의 만남의 순간을...

비 오는 주일 야외예배였지요. 그 당시 교회를 개척하고 보니까 개척멤버들이 저와는 한 세대 차이가 나는 50대였어요. 아무리 담임목사라지만 30세의 어린 나이였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집사님의 등장은 처음부터 신선했어요.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저를 배려해 주시는 집사님의 모습, 그때부터 집사님의 저의 친구였습니다.

 

 

기억나세요? 교회가 위기였을때....

등록하고 얼마 후에 저의 목회 미숙으로 -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 주축이 되었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고, 그 일로 인하여 목회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저를 뒤에서 지켜보아 주었던 집사님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다면 어쩌면...참으로 든든했습니다. 마치 포탄이 쏟아지는 치열한 전장에서 함께 이겨낸 전우처럼 집사님은 저의 든든한 동역자였습니다.

 

 

기억나세요? 제가 설교 죽 쑤던 그 날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주일의 설교. 설교를 하고 나서 교우들 앞에 고개를 들기도 부끄러웠지요. 제 아내까지도 무슨 설교를 그렇게 했느냐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은데, 그 때 집사남이 저에게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하셨지요.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안한 마음으로 “집사님! 오늘 설교 죽 쑤었지요?” 그랬더니 그때 집사님이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목사님, 요즘 우리 교우들의 영적인 상태가 안 좋아서 밥을 먹으면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하나님께서 죽을 주신 것 같아요.” 집사님, 그것 아세요? 그때 집사님은 저에게 자상한 형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죽을 쑤는데 그때마다 집사님의 그 말을 기억하고 혼자 웃곤 합니다.

 

 

기억나세요? 제가 목회를 사임하던 그 때를...

이민목회를 하면서 저의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싶은 열정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21세기의 첫 해 첫 달에 지금 제가 목회하고 있는 서부교회에서 청빙이 있었고, 그 소식을 듣고 그동안 나를 믿고 함께 해왔던 교우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었을 때, 제일 먼저 저의 마음에 생각났던 얼굴이 바로 집사님이었습니다.

 

 

그날 밤 집사님 집 지하실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너무나 감사했어요. 나만 나의 욕심을 따라 가는 것 같아 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을 때, 집사님의 말을 잊지 못합니다. “목사님, 가세요. 기도하고 결정하셨을 텐데. 목사님은 한국에 가시면 더 잘하실 거에요.”

 

 

그때 집사님은 저의 멘토였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제 사역의 굽이굽이마다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형같이, 때로는 친구같이, 때로는 동역자같이...

 

 

저의 처음 목회에서 집사님을 만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런 집사님과의 만남이 저로 하여금 신자들을 나의 형제로, 친구로, 그리고 동역자로 만날 수 있게 했음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사님의 사랑과 관심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서부교회 임채영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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